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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도보여행

[제 1차 도보여행 / 4 일째] 오산 ~ 평택(2006년 8월 7일)

by 시간의지배자 2008. 12. 12.
2006년 8월 7일 맑음

새벽 3시에 일어나 탕 주위를 슬쩍 돌아보았다. 졸고 있는 아저씨 한분을 빼고는 탕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가방에서 둘째날 입었던 옷을 꺼내 검은 비닐에 감싼후 저 구석에 가져가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_-;;)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빨래를 하자마자 한 분이 들어와 몸을 씻는 것을 보고 다시금 비닐에 빨래를 다시 감추고는 태연하게 몸을 씻고 가져가 목욕탕 라커에 걸어두고는 문을 잠갔다. 졸고 있던 목욕탕 아저씨는 뭔가 낌새가 이상한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이미 난 완전 범죄다...카카... 이것도 어제에 이어 두번째이다보니 나도 그러려니 하는구나..음냐...

어쩔수가 없는게 출발할때 입었던 옷과 두벌의 옷을 더 가져왔지만 워낙 땀이 많이나 하루입고는 갈아입지 않을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첫날 입었던 옷과 속옷, 양말등은 어제 빨아서 찜질방을 나온뒤 가방에 옷핀등으로 널어서 말릴수밖에 없었다.(아참 속옷은 제외...-_-;;) 문제는 어제같이 더운 날인데도 빨래가 생각보다 안 마른다는데 있다. 바람이 있어야 하는건지... 앞으로 세벌의 옷을 돌아가면서 입어야 하기때문에 집에 가기전날까지는 이제 매일 이 짓을 할 수 밖에 없다. 왜 여행객을 위한 빨래방은 없는거냐... 찜질방에 동전 집어넣어서 하는 빨래방 만들어도 괜찮을듯 싶은데..흠...

빨래를 하고 다시 잠들지를 않고 찜질방에 몇번 들락거리며 시간을 때우다 아침일찍 나왔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일찍 들어간지라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흠...

새벽에 출발하려고 보니 조금 안개가 뿌옇다. 오늘도 날씨 덥겠구나..-_-

몸의 컨디션은 괜찮은데 발바닥은 조금 문제가 있어보인다. 몸은 앞으로도 몇날 며칠을 더 갈수 있을것 같은데 발바닥이 슬슬 물집이 터지고 진물이 나기 시작한다. 깨끗히 닦아주고 약도 발라주고 물집제거도 잘 해주고 했지만 워낙 더운 날씨탓에 별무소용인가 보다.

아침도 못먹었는데 왠 고소한 냄새가 사방을 진동시켜 보니 이거 카스타드 냄새가 아닌가 싶다. 주위를 둘러보니 길 왼쪽에 롯데제과 공장이 보인다. 사람 환장하겠네... 그 앞을 지나가는데 트럭들이 계속해서 공장을 들락날락한다. 냄새 진짜 죽이는구나...

일찍 출발해 아침을 먹을만한 곳을 찾지 못해 4시간이나 걷다가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 흔히 송탄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삼익, 미주아파트 근처의 맥도널드를 찾아 아침을 먹었다. 내가 첫 손님인듯 아직 알바생들이 가게 청소중이었다.

햄버거를 먹고 나와 다리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듯 하여 미주아파트 벤치에 들어가 그늘에서 발을 살펴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사진으로는 잘 알수없지만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다 >

데워진 발바닥을 식히고자 물을 뿌려주고 진물이 나는 것은 깨끗히 닦아내었음에도 저리고 부셔지는 듯 느껴지는 발바닥의 고통이 계속되었다. 30~40분 가까히 바람을 쐬어주니 고통은 조금 나아졌지만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진물이 배어나와 양말과 달라붙어 양말을 벗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어쩌겠나... 계속 가야하지. 누가 시켜서 이 여행을 시작한것도 아닌 내 스스로 시작한게 아니던가...

송탄여고를 지나 평택시청송탄출장소를 지나갈때즈음 내가 이곳에 성훈이랑 친구와 밤에 차끌고 드라이브 왔던게 생각났다. 인천에서 이 근처까지 와서 야식먹으러 올 것은 또 뭐람..-_-;; 근데 온것은 기억나는데 왜 왔는지는 기억이 없다. 이유없이 이곳까지 드라이브를 오지는 않았을텐데... 아무튼 그때는 인천에서 이곳까지 얼마 멀지않게 느껴졌었는데 걸어오다보니 왜 이리 먼 곳인지...

평택시 중앙동의 현대아파트사거리를 지날때즈음 갑자기 배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햄버거를 먹은게 잘못이었는지 뱃속이 난리가 난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짓고있는 아파트나 막 지은 아파트들만 보일뿐 마땅히 상가같은 곳이 없어 화장실을 찾을수도 없어 난감했다. 진짜 5분정도 지옥을 헤매고 이제는 진짜 아무데서라도 일을 봐야겠다라고 미친 생각을 하고 있을때즈음 막 지은 아이들 학원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날듯이 화장실을 찾아가보니 막 화장실을 손질하고 아저씨께서 점심을 드시러 가는 중이었다. 허락도 못받고 물을 내려보니 다행히 물이 잘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일을 보았다. 지옥같던 세상이 달라보였다.-_-;; 일을 보고 나오니 더운 날씨마저 행복했다. 흠... 진짜 난리날뻔 했다.-_-;;

길가에 있는 아무 아파트에 들어가서 1층에 있는 벤취에 앉아 한참을 쉬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빨래한다고 너무 일찍 일어난건가? 아직 새 아파트라 입주한 사람이 거의 없는지 다니는 사람이 없어 그늘가에 앉아 5분정도 꾸벅거리고 졸았다. 그 고양이 잠도 잠이라고 자고나니 몸이 좀 개운해진 느낌이다. 발바닥은 여전하지만...

길가에서 보이는 망한듯한 왠 큰 종합병원건물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도 계속 공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땅히 쉴만한 곳도 없어 걸을때마다 진물이 진뜩진뜩 배겨나더라도 어떻게 해볼수가 없다. 계속 걸어가는 수밖에... 왠 사료공장을 지나가보니 송탄공단입구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다행히 이곳에는 버스정류장에서 쉴만한 곳을 찾았다. 다만 그늘이 없어 그저 잠시 쉬었다 갈수밖에 없다는게 아쉬울뿐...

슬슬 점심을 먹을 곳을 찾다보니 송탄교차로를 막 지나서 도로공사중인 길가 옆에서 소머리국밥집이 보였다. 예전에는 자주 먹던 소머리국밥인데 언제부터인가 자주 못먹어 본것 같아, 점심때도 되고해서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걸어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지만 그에 비해 맛은 그럭저럭 그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고픈데 뭘 가리랴... 허겁지겁 먹고 물도 든든히 보충한후 다시 길을 떠났다.

오른쪽에 보이는 경부선을 따라 걷다보니 왠 시장이 보였다. 평택시내에 다 왔나보다. 평택역이 보이는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아주머니께 이 근처 찜질방이 있냐고 물으니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새로 생긴 찜질방이 있다고 하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도보여행중이라고 하니 매우 놀라신다. 그리고는 자기 아들도 작년에 도보여행을 다녀왔다고 지금은 군대에 갔다고 웃으며 말하신다. 흠.... 난 그 아들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지금 들어가기는 뭐해서 찜질방 위치를 확인후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좀 때우다 저녁을 먹고 찜질방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시간 정도 인터넷을 하고는 근처에서 우동을 먹은뒤 찜질방에 들어갔다. 새로 시작한 찜질방이라는 아줌머니의 말처럼 시설은 깨끗하다. 다만 좀 작은 편이다.^^ 그래도 몇년전 평택에 왔을때만 해도 굉장히 작은 도시였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상당히 분주한 느낌이다.

찜질방에 들어와보니 가족단위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좀 뻘줌한 느낌이다. 어디 마땅히 가 있기도 뭐했고 또 층계를 오르내릴때마다 한걸음에 한번씩 바닥과 진물이 쩍하고 붙었다 떨어지다보니(쩍쩍 소리까지 난다) 움직이기도 뭐해 그냥 수면실에 일찍가서 자려고 했는데 왜이리 수면실이 더운건지 잠이 오지 않는다.-_-;;

뒤척거리다 심심해 친구들과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다가 그만 걸려들고 말았다.-_-;; 와이프가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 빨리 올라오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어도 올라오면 안다고 계속 올라오라는 소리만 한다. 난감하네...  내일은 천안까지 가려고 계획중인데 무슨 일이라는 거지?

고민고민하다 이번은 여기까지로 접을수 밖에 없었다. 아쉬운점이 너무 많이 남지만 다음에는 평택에서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 오늘 쓴 경비
- Am 6:07 출발
- Am 10:06 아침식사(햄버거 4,400 원)
- Am 11:39 음료수(1,000 원)
- Pm 1:50 점심식사(소머리국밥 6,000 원)
- Pm 3:53 음료수(750 원)
- Pm 4:59 PC방비(1,500 원)
- Pm 5:05 저녁식사(용우동 우동정식 4,000 원)
- Pm 6:00 찜질방(5,000 원)
- 합계 : : 22,650 원

* 걸은 거리와 걸린 시간
- 만보기 : 33,198 보
- 만보기상 거리 : 26.168 km
- 경기도 오산시 중앙동~경기도 평택시 신평동(주코스 1번 국도)
- 걸린시간 : Am 6:07 ~ Pm 4:10(10시간 3분) - 식사, 휴식시간 포함

* 몸무게 변화
- 84.10 KG ---> 84.10 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