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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도보여행

[제 1차 도보여행 / 3 일째] 수원 ~ 오산(2006년 8월 6일)

by 시간의지배자 2008. 12. 12.
2006년 8월 6일 맑음

역시나 아내는 이런 장거리 도보는 첨이라 너무 무리였던것 같다.(그래봤자 나도 두번째다.-_-;;) 첫날부터 아팠던 근육통이 많이 아픈지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더군다나 어제 너무 날씨가 더워 고생을 해서인지 진이 다 빠진 듯 했다. 찜질방에서 TV보는 사람들때문에(여긴 수면실도 없다..-_-;; 한번자면 왠만하면 안깨는 나도 피곤함에도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여러번 깰 정도였으니... 왠 TV는 밤새 켜두고 그리들 떠드는지...) 잠도 못자고 얼굴도 많이 푸석해보여 얼른 그만 집에 가보라고 했다.(솔직히 어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완강히 거부해 여기까지 온거라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전 수원역앞에서 인천가는 버스를 탔던 기억이 있어 버스를 타려고 하니 50분정도를 기다려도 오지않는다. 이상해 편의점등에 문의하니 인천가는 버스가 없어졌다고 했다. 난감하네...(나중에 알고보니 인천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_-;;) 할수없이 한참을 돌아서 가야하지만 전철에 와이프를 태워보내고 그때서야 출발했다.(와이프가 비상금 10만원 챙겨줌) 아무래도 어제보다 출발시간이 늦어져 한낮의 열기를 더 맞아야 하는만큼 많이는 걷지 못할것같아 좀 무리해서 평택까지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오산까지만 가야 할것 같다.(나중에 알고보니 그랬다가는 난리날 뻔 했다.)

이제부터의 길은 나 혼자다...

혼자서 아침을 먹기가 그래서 뚜레쥬르 빵집에 들어가 단팥빵과 크림빵 하나씩을 산뒤 역전시장 근처 고가밑에서 아침을 때운뒤 출발했다. 그러고보니 와이프가 아파서 일찍 가겠다는 말에 바래다만 주었지 아침을 안먹여 보냈군... 이론...

세류사거리 근처에 가서 헤매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은 갈라지는 길이 지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이라 길에 별로 사람도 없어 마땅히 물어본 사람도 없었기에 더 난감했다.(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가면 예전 시골로 내려가던 그 길이 맞았다. 20년전즈음에는 자주 차타고 다니던... 새로 난 길쪽으로 가면 역시나 터미널사거리쪽에서 아래쪽으로 가면 같은 방향이 나온다. 다만 예전 길은 2차선의 옆의 가로수가 있는 좁은 도로쪽이고 터미널사거리쪽에서 오는 길은 넓어진 새로운 길이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한 뒤로 이쪽 길은 올 일이 없어 와보지 않아 헷갈렸던 것 같다.) 결국 가만히 몇분간 지켜보다 수원에서 오산가는 방향이라고 되어있는 버스가 가는쪽을 따라가기로 했다. 오산가는 버스라니 그쪽길이 맞겠지뭐 하면서...(참...단순하다)

세류역을 지나서 보니 이제야 예전에 자주 보던 그 길이 나타났다. 음..맞구나 하고 걸어가려다보니 옆쪽에 왠 큰길이 보였다. 뭐야... 새 길이 생긴건가하고 지도를 보니 새길이 맞았다. 옛길이 좁아 도보로 다닐때 조금 위험할것 같아 이왕이면 새로 뚫린 새 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새 길로 가려고 작정하고 LPG충전소를 조금 지나 그늘에서 조금 쉬어가려고 자리를 편뒤 양말까지 벗고 발에 바람을 쐬어주었다. 벌써부터 발바닥이 불속에 들어갔다 나온것처럼 뜨거웠다. 만져보니 화끈거리는 것이 조금 위험해보여 물을 약간 발에 뿌려주어 열을 식혀주었다. 바람에 물기운이 마를때까지만 바람을 쐬어주려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께서 그늘에서 담배를 한대 태우시더니 나를 한참을 빤히 보시고는 아무말없이 가신다. 무안하게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다.-_-;;

다시금 바세린을 발바닥에 뜸북 바르고 양말과 신발을 신고 출발했다. 바세린을 바를때보니 마찰열을 줄이기위해 노력했음에도 여러곳에 벌써 물집이 생기고 있다. 약간 쓰리고 아프지만 아직은 견딜만 하다.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근처에 논만 있을뿐 인가는 한참 떨어져보인다. 간간히 걷는 오른쪽에 경부선과 예전 길이 보일뿐 지나다니는 차를 제외하고는 사람구경하기도 힘들었다. 버스정거장은 있어 잠시 쉬면서 보니 수원은 벗어나 화성인가보다. 트럭 한대가 길가에서 지나다니는 차를 대상으로 수박을 팔고 있는게 보였는데 정말 사먹고 싶었다.-_-;; 나같이 수박 좋아하는 얘가 특히나 이런 더운날 수박이라면 환상이지 않겠는가! 문제는 조금 먹고는 나머지를 어떻게하냐는 생각에 말없이 포기할 수 밖에... 참외였다면 아저씨에게 몇개 사보겠는데 수박은 값은 쌌지만 들고갈수도 없고 방법이 없다. 에휴...날 진짜 덥다.... 마치 예전 어릴때 창원살때 마산에서 창원으로 오던 길만 뚫려있고 근처에는 인가가 없던 그 길이 생각난다. 날은 덥고 사람도 안보이고 심지어 그늘도 한점 없고 어디 앉아서 쉴 공간도 하나 없다.-_-;;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재미없는 길을 걸어 드디어 화성시 태안읍에 도착했다. 병점초교 근처에서 중국집을 찾아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자기들은 배달전문이란다. 이런~~ 조금 아래로 내려가다보니 작은 추어탕집이 보였다. 겨우 테이블 4개만 있는 작은 음식점인데다가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없는걸 보아 음식맛을 기대할 수 없었으나 너무 배가 고파 그냥 추어탕을 주문하고 앉았다. 너무나 시원한 에어콘... 밖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 물도 얼음물에 시원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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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맛있었던 추어탕. 국물도 칼칼하면서 시원했다 >

추어탕이 나오기 전 나온 튀김 하나를 맛보는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때문에 추어탕까지 기대가 되었는데 나온 추어탕의 국물 한 숟가락을 먹어보니 내 입맛에 딱이었다. 신이 나서 내 입맛에 맞게 고추등을 넣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이런 맛있는 집이 왜 손님이 없는거지?

아주머니 혼자서 일하시는 듯 한데 음식도 맛있고 반찬맛도 훌룡했다. 이 시간에 손님이 없다는게 의아했지만 나야 신을 신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왕시원한 얼음 물까지 물통에 가득채우고 나니 배도 든든...기분도 업이었다. 맛있게 먹고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잔뜩 쐬어서인지 룰루랄라 하면서 다시금 길을 떠났다.

가다보니 홈에버와 신창아파트등이 보였는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이 길을 차로 다닐때는 완전 깡촌이었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이렇게 아파트촌으로 변해가고 있는게 신기했다.^^

병점능교 근처에 가보니 차들이 너무 쌩쌩다니고 일부는 공사를 하고 있어 걸어가기가 애매했다. 할수없이 지도를 보니 길이 있어 좀 돌자는 느낌으로 밑으로 내려와서 보니 경부선 철길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같은 것이 있었다. 건너가보니 우남아파트라는 곳이 나왔는데... 왠지 낯이 익다. 생각해보니 몇년전 밤에 친구와 인천에서 지금 내가 걸어온 길대로 수원역앞을 통과해 이곳까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왔던 생각이 났다.(성훈이라는 친구다.) 그때 이곳까지 와서 아파트 상가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신뒤 돌아갔는데 그게 이곳이었던 거다. 그때만 해도 주변에 거의 불빛이 없었는데 이제는 이 근처의 동탄신도시가 어쩌니 하면서 아파트촌이 되어가는것이 세상 참 빠르게 돌아간다고 느껴졌다.

우남아파트 앞에 있는 롯데알미늄 공장을 지나다보니 오산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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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인 오산이 멀지 않았다.

조금씩 올라가는 약간 가파래지는 길을 올라가다보니 초전비휴계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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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가 6.25때 북한과 유엔군이 최초로 전투를 벌인 장소라고 한다. 기념탑과 기념비... 휴계소도 있지만 주차장에는 지나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한 식구밖에 보이지 않는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뒤 낡은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 그늘에서 사진을 찍고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같은 국도라고 해도 수원을 지난뒤로는 국도주변이 많이 한가한 편이다. 오히려 나같은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은 차로 인한 위험도 덜하고 한가로와져 좋은 느낌이다. 수원까지는 국도주변에서 쉴만한 장소도 매우 드물었던 것이다.

초전휴계소를 조금 지나 무슨 식당을 만들려고 주차장시설을 만들려고 하는건지 터만 닦은 곳에 빈 의자가 하나 보여 잠시 쉬고 있다보니 갑자기 눈앞으로 100여대 이상의 자전거와 경찰차등이 빠르게 지나간다. 무슨 자전거 대회라도 하나 싶어 보니 대회는 아니고 다른 무슨 모임인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점점 도심과 인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산시내가 가까워 오나보다. 예전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기전 이곳 길을 다닐때는 길가쪽에 있던 예다원이라는 까페인지 모텔인지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닫고 주변이 허름한 것이 망해버린 듯 하다. 예전 밤에는 예다원이라는 이곳의 네온사인을 자주보면서 지나치던 생각이 나 세월의 흐름은 어쩔수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산대역을 지나 오산육교를 지나가려다 보니 이곳을 사람이 건너가도 되는건지 몰라 망설여진다. 예전 어릴때는 육교로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지금도 되려나 싶었던 것이다. 왠지 낡아보이고 폭이 좁아 이제는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한 것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아하니 다른 길이 있어보이기는 하는데 문제는 이 길이 지도상으로는 내가 가려는 공설운동장 근처가 아닌 다른쪽으로 가는 길인것같이 보인다는게 문제다.

고민을 한참 하다 오산육교쪽을 건너가기로 했다. 걸어갈수록 지금은 이쪽으로 사람이 못가게 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사람이 걸어다니기 애매한 구석이 군데군데 나왔다. 나 잘 하는 건가? -_-;; 육교를 거의 내려갈때즈음 경찰차 한대가 정면쪽에서 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헉... 이거 못다니는거 맞나보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처음이라 몰랐다고 우길까말까... 머리속 생각이 복잡한 내게 다가온 그 경찰차는.................... 그냥 휙하고 지나가버렸다.-_-;; 뭐야 이거?

기억에 있던 은계대교를 지나가 왼쪽으로 오산공설운동장이 보였다. 오산에 다 온것이다. 문제는 오산 어디서 쉬어야 하는거냐는 거다. 원래 처음에는 평택까지 오늘 가려고 했으나 시간상으로 그러기에는 너무 빡빡해보였다. 그렇다고 지금 시간은 오후 4시즈음..-_-;; 시간상으로 더 걸어가기는 그렇고 너무 일찍 찜질방에 들어가기도 그랬다.

찜질방을 조금 찾아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더니....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에 찾아본 찜질방이 보였다.-_-;; 보니까 스포츠센터와도 같이 있는거 같고 그래서 시설도 괜찮아보여 그냥 오늘은 그곳으로 지내기로 했다. 근데 가보니 1층에 왠 커다란 마트가 있더라... 출입구를 잘못찾았나 싶어 좀 쭈빗거리면서 들어갔더니 마트 옆에 찜질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마트쪽으로 들어가야 찾을수 있어 좀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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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보니 입구부터 보여지는 수많은 신발장이 보여 시설은 괜찮은듯 보여 마음이 놓였다. 시설도 괜찮았는데 다만 목욕시설은 좀 작아보였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후 뜨거운 몸에 몸을 담구니 근육이 풀리는 듯 느껴져 기분이 상쾌하다. 다만 깍두기 형님들처럼 보이는 몸에 문신을 한 분(?)들이 여럿보여 물이 옆으로 튀기지 않게 몸가짐을 조심해야했다.-_-;; 왜 그 뜨거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걷는데도 막상 목욕탕에 가서는 찬물로 샤워후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싶은 걸까?(옷들은 내 몸에서 나온 땀으로 인해 허옇게 소금이 앉을 정도이다.)

탕에서 나오다보니 얼굴이 새까만 한 남자가 손에 작은 가방과 헬맷, 지도를 들고 옷을 갈고 있고 있었다. 슬쩍 살펴보니 나와는 달리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하시는 분인것 같다. 얼마나 누비고 다녔는지 눈주위만 빼고는 얼굴이 다 까매져 있었다.^^ 행세도 꾀죄죄하고...

저녁을 찜질방 안에서 제육볶음을 시켜 먹고는 조금 TV를 보다 얼음방과 일반 찜질방에 두세번 들락거리고는 그냥 수면실에 가서 8시 이전에 일찍 푹 잤다. 두개로 나누어진 그 넓은 수면실에 나 혼자밖에 없어서 좀 그랬지만...


* 오늘 쓴 경비
- Am 7:00 음료수(2,500 원)
- Am 8:12 아내 배웅후 수원역 출발
- Am 8:35 아침식사(빵 1,300 원)
- Am 9:15 음료수(600 원)
- AM 12:17 점심식사(추어탕 6,000 원)
- Pm 2:07 음료수(커피한잔 200 원)
- Pm 4:00 찜질방(입장비 + 가운 포함 = 6,000 원)
- Pm 5:25 저녁식사(제육볶음 5,000 원)
- Pm 6:00 찜질방 PC방 사용료(1,500 원)
- 합계 : : 23,100 원

* 걸은 거리와 걸린 시간
- 만보기 : 25,332 보
- 만보기상 거리 : 20.297 km(와이프 배웅 1.5km 제외)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 ~ 경기도 오산시 중앙동(주코스 1번 국도)
- 걸린시간 : Am 8:12 ~ Pm 4:00(7시간 48분) - 식사, 휴식시간 포함

* 몸무게 변화
- 84.15 KG ---> 84.10 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