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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킹덤(The Kingdom)'을 보고...

by 시간의지배자 2007. 12. 11.
* 평점 : 별 2개(별 5점 만점)

내가 좋아해서 지켜보는 배우중 하나인 '제이미 폭스' 주연의 '킹덤'을 보았다. 이 영화의 주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인데 영화의 시작은 어느정도 납득이 갈만한 폭탄테러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좀 특이한 아랍국가인데 미국의 우방국이며 미국의 상당한 문화적 영향을 받았음에도 엄격한 이슬람율법이 지배하는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이다. 경제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아래 있지만 이슬람율법적으로는 어느 아랍국가보다도 훨씬 폐쇄적인 사회인 것이다. 심지어 요르단이나 쿠웨이트보다도 더 친미적 국가이지만 국가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가까운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나왔다는 것도 이해가 갈만한 나라이다.

사우디는 왕정국가로 현재 남아있는 왕정국가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국가를 지배하는 소수의 왕족과 부정부패의 국가이미지를 가지고 있다.(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조금 덜 부패한 왕자가 왕위에 오르려하자 수많은 왕족들이 모두 반대목소리를 낸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한 점을 영화 초반부에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폭탄테러의 수장은 왠지 모르게 오사마 빈 라덴을 모델로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모습등은 억지로 다르게 표현하려 했으나 그 행동이나 수법등은 왠지 오사마 빈 라덴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영화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그는 전혀 이 사건과는 관계없는 인물이라고 억지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그 배경이 사우디아라비아 내부일뿐 오사마 빈 라덴이 군대를 훈련시키고 테러를 저지르는 모습과 상당히 일치한다.

영화의 초반부와 중반부까지는 어느정도 납득이 갈만한 사건들과 전개이지만 역시나 종반에 가서는 철처히 미국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일당백 미군의 신화라는 고리타분한 전개로 나아간다. FBI의 최정예 요원이라지만 사실 그들은 영화초반부에도 나왔듯이 전투요원이라기보다는 분석요원의 성격이 더 강한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동료가 납치되자 적의 심장부에 갑자기 쳐들어가 다섯명이(그나마 그들중 두명은 사우디아라비아 군경찰이다..-_-;;) 수십명의 적들과 시가 총격전을 벌이는데 말그대로 원샷원킬에 총알들이 마구 피해간다. 더군다나 갑작스런 이동중 습격을 당해 동료가 납치되어 급히 쫒아간 상황에서 그 많은 총기들과 탄알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들인지 모르겠다.

결국은 이 영화를 볼 아랍인들의 민심을 달래고자 사우디 군경찰의 한 인물이 영웅적인 활약을 한뒤 뒤에서 갑자기 총을 맞고 죽기는 하지만 실상 전투상황에서는 전문 전투요원도 아닌 인물 다섯명이 낯선 테러단체 본거지에서 테러리스트 수십명을 말그대로 아작을 내버리는것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그리고는 영화 말미에 결국 이 영화가 내세우고자 했던(현재 미국이 내세우는 비공식적이지만 공식적이라고해도 될만큼 누구나 아는...) '다 죽여버리면 된다'라는 대사를 뭐가 뼈가 있는 말인척 내세우고 끝난다.(물론 이는 상대편꼬마도 역시 '다 죽여버리면 된다'라는 대사를 해서 자신들만의 죄가 아니라 아랍인들도 그만큼 죄가 있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버린다.)

영화가 내세우는 입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대사 하나로 압축되어 있다고 할수 있다. 미국과 아랍인들의 현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징적인 대사로 '다 죽여버리면 된다'라는 상태라 이대로는 미국과 아랍간의 평화가 있을수 없다는 식인척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 영화가 내세우는 진짜 속뜻은 미국 자신들이 당하는 테러는 용서할수 없고 그런 경우는 '다 죽여버려도 된다'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영화에서 자신의 본거지에 쳐들어온 미국인들에게 수십명의 아랍인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듯...)

헐리우드의 아랍 테러리스트가 등장하는 영화가 대부분이 그렇듯 미국은 아랍 테러리스트들에게 억울하게 당하는 입장이고 그러므로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을 죽이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권선징악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다른 영화와 다를것이 없는 영화인 것이다.(다만 그 배경이 미국에서 사우디에 사는 미국인들로 무대가 바뀌었을뿐이다.)

사실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왜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을 당하는지에 대한 이유등은 모조리 말하지 않고 있다. 이는 마치 일본이 자신들은 제 2차대전때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피해자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 같은 입장이다. 자신들이 그들을 먼저 침략한 이유는 쏙 빼고 오직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미국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주장과 현재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자신들은 피해자(자신들이 먼저 침략했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져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은 쏙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라는 주장이 무엇이 다른지 나는 알수가 없다.

제정신이 아닌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테러리스트들도 아무런 이유없이 그 먼 미국까지 가서 테러를 저지르지는 않는 것이다. 속된말로 나는 아직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이 저 아프리카의 우간다 공화국에 테러를 저질렀다는 말 같은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다.(설사 있었다하면 아마 딴곳을 공격하려다 잘못알고 실수로 그랬을 것이다...-_-;;)

이 영화도 그 흔한 헐리우드 영화패턴과 같은 전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즉, 자신들은 억울하게 테러를 당했고 그런 놈들은 다 죽여버리면 된다라는 속뜻과 함께(아예 대사로 주인공이 말까지 한다!!!) 일당백 미국은 전투요원이 아닌 소수정예도 이렇게 테러리스트들 본거지까지 쳐들어가 다 죽여버려도 별 문제가 없다는식의 속뜻을 드러낸 영화라고 할수 있다. 일개 단체의 테러도 못막는 것들이 다른나라 쳐들어가 민간인들에게 폭탄떨구고 오고도 오히려 잘했다고 하는 이스라엘 같은 국가단위 테러단체에게는 왜 한마디도 안하는 것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이 영화에서의 시가전 전투장면은 사실 멋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고 이제는 아예 영화 전반에 걸쳐 테러리스트들은 다죽여버리면 된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 싫어서 제법 영화가 짜임새있으면서도 액션이 괜찮았음에도 별 2개를 준다.(그나마 별 1개는 전투액션때문에 줬다. 결국 영화 전체적으로는 별 1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