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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긁적이기

무제-0005

by 시간의지배자 2007. 10. 19.
1992년 12월 25일 코텔 글나래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 해 겨울은 제 인생에서 제일 슬픈 겨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랑했던 나의 첫사랑이 자살한 해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려하네요. 시간이 꽤 흘렀는데... 다들 잘 계시겠지요.

제 나이 21살때 아버지와 목숨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동시에 잃었던 때입니다. 제 성격이 이로인해 크게 변하게 되었지요.

이 일을 계기로 제가 겨울에만 쓰는 대화명이 '겨울사랑'이라고 바뀌게 되었지요. 겨울이 날 싫어해도 내가 겨울을 사랑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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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무제-0005
쓴사람:김승규
버전:0.1

프롤로그

어제 아버지의 3.5제를 지내고 집으로 왔다.


1.

나에 대한 저주는 그 골이 매우 깊다.나의 추억어린 기억부터 내가 사랑했던 소녀까지 모든것을 앗아갔다.심지어 이번에는 아버지마저...

21살에 나는 상주가 되어 여러분들을 맞았다.밑으로는 여동생이 있고 어머님은 계시다.장손의 상복은 뜻밖인지 마음을 녹였다.마음 언 이들이 매우 고생을 하였다.

중환자실에서 피를 토하시던 아버지는 끝내 회생하지 못하셨다.그 몇시간 전까지 같은 병실환자와 말을 나누시던 모습이 나는 선하다.간병하던 내가 있었던 때 하필 중환자실 행이라니...나의 지독한 악마의 저주는 시작이었 다.


2.

날을 새웠다.고백하는 마음으로...지독하게도 나는 기도하지 않았다.그 흔한 이들이 외우던 하나님(?)도 찾지 않았다.난 덤덤하게 웃어버렸다.


3.

"오늘을 넘기시지 못하실겁니다.병원이라도 그렇고...집으로 가신다면 가시다 돌아가실겁니다."

어머니는 제정신이 아니셨다.작은아버지는 나에게 결정권을 주었다.난 소리쳤다.

'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겁니다.끝까지.'

나의 입은 엉뚱한 소리를 내었다.

"객사하시게 하면 안되겠지요.집으로 모시지요."

그것이 장손인 나의 책임어린 발언이었다.


4.

피를 토하신다.의식이 없으신 상태이신데...앰블런스는 초긴장이다.시간에 도착할지...

나의 의식은 꿈을 헤맨다.이건 내가 병실에 엎어져 꾸는 개꿈이구나.나의 저주서린 입술은 다시 어머니를 향한다.

"어머니 저희가 있잖아요."

문이 열렸다.인공호흡기가 떼어졌다.1분도 안되어 차가워지신다.유언도 없으신 죽음이었다.


5.

계속 피가 뿜어져 나온다.온 몸을 모두 막았지만 피는 계속 흐른다.저주서린 피는 나도 있다. 망연자실한 어머니께 말한다.

"객사는 안하셨잖아요."

나는 화장실로 가 물을 틀었다.나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6.

21년간의 결혼생활동안 두분은 여행을 가신적이 없다.이번에 창원에서 올라오시면 뽑은지 일주일도 안된 차로 설악산 가시기로 했단다.-어머니 말씀으로는 같이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려고 아직 시운전도 하지 않았다. 단 한번에 면허를 따신 어머니께 아무말 없이 당신은 차를 사주셨다.유별나게 아무말씀도 없으셨다.

같이 사신 것이 칠팔년정도 밖에 되지 않으실것이다.현장만 그렇게 전국으로 돌아다니셨으니...올해도 이번 인천집에 올라오신게 겨우 일곱번이 되지 않으니...나는 아버지가 손님같다.그분이 두려운 손님같다.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7.
12월 10일날.인천 X병원 입원.

12월 13일날.오후 4시 반까지 멀쩡하심.친구분들과 친척들의 병문안.

4시 35분.화장실앞서 쓰러지심.옆에는 나와 병문안 오신 친구분.

중환자실 내려가라고 말함.삼십분동안 간호사 한명도 쳐다보지 않음.상태 악화. 저희들끼리 웃으며 떠들던 간호사왈(曰)

"자리가 없어요.기다리세요."

끝내 와보지 않음.혼수상태 들어감.병원에 불을 지르고 싶은 심정임.

중환자실앞서 우시는 어머니와 달래는 나.-나는 장손이며 유일한 아들이니까.

혼수상태 깨어남.복수로 인해 배는 남산만하다.몇시간 전까지 혈압과 체온만 재고는 아무이상없다했는데...산소호흡기때문 에 손바닥에 글로 쓰심.

12월 14일날.새벽에 다시 혼수상태.어머니는 살려만 주시면 유일신이라고 자위하는 자의 종이 되겠다고 하심.다시 깨어남.

다시 몇시간후 혼수상태.복수로 인해 배는 터질듯 하다.다시 피 토하심.하혈 계속됨.

몇시간후 아침.내게 결정권 돌아옴.

'살려만 주시면 내 위선자인 당신의 종이 되겠소.그것도 안되면 내 수명중 20년 아버지께 드릴테니...1년만이라도...'

" 집으로 모시지요."

나 스스로를 죽이고 싶을때였다.


8.

나의 의견대로 산소호흡기를 떼었다.그리고 가셨다.물을 잠근 나는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닦았다.-왜?-난 장손이고 심장 약하신 어머니와 고 3이 되는 마음어린 여동생이 있으니까.

난 지갑을 잃어버렸다.어디서 잃었는지...


9.

향이 오른다.두대의 향이 오른다.아무도 없을때면 난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그런 나의 안경에 물이 고인다.난 소리내지 못한다.그냥 흘러 바닥에 떨어짐을 느끼고 난 안경을 벗고는 훔쳐버린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난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그제서야 친구 들을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전화번호부가 지갑에 있었는데...


10.

모든 친구들이 고맙다.내가 이렇게 친구가 고마웠던 때가 없었다.밤 12시가 넘어서 친구들이 들어왔다.정말 내 한팔을 잘라주고 싶을정도로 고마웠다.이틀때에는 더 많이 왔다.한 놈은-고 2때 내 짝.3학년때 같은반-서울대 기숙사에서 이틀전에야 내려왔다고 한다.친구들이 모두 이곳저곳 연락하기 바쁘다.고 3담임선생님께서도 어디선가 연락 받으시고 오셨다.난 정말 감사하다.자신감이 생겼다.난 살아나갈수 있다.


11.

발인날.난 정말 담담했다.충남의 고향에 있는 선산에 도착해서도 난 담담했다.아무일없던 하늘이 갑자기 눈이 비같이 뿌려진다.석관에 들어가신다. 몸이 하도 부어 석관에조차 간신히다.다시 피가 뿜어진다.아직까지 남아있으신 피가 있을정도인지 경의롭기까지 하다.무덤 가시는 날까지 피가 뿌려지다니...

난 울지 않았다.내 곁엔 동생과 어머니가 계시다. 산에서 내려올때는 눈이 그쳐있었다.


12.

3.5제날 다시 보니 무덤은 참 좋은 명당(?)이건 같다.나같은 문외한이 보아도...마흔 여섯이시라는 나이가 억울하셔서 벌떡 일어나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겠다.


13.

저주어린 숫자.13은 아직 저주어리다.내가 사랑한 것은 모두 저주받았다. 그러나 난 이기리라.운명따위는 이기리라.저주어린 13으로 다시 이기리라...


에필로그

난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겠다.아버지의 죽음으로 난 어렵게 변해버린 내 생활을 느끼고 더욱 성숙된것 같다.집안의 가장이라는 직함이 날 변하게 했다.그리고 인간이란것이 얼마나 나약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한것인지 알수 있었다.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나도 그 일원이 되리라...


--------------------끝맺으면서-----------------------
1992년 12월 14일 오후 3시 55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읍니다.입술은 깨무느라 찢어져 버렸지만 전 내색하지 않았읍니다.여동생과 어머님앞에서는 매정하게도 한번밖에 울음을 보일수밖에 없었읍니다.아버지가 운명하실때이지요.

호흡기를 떼라면서까지 저에게 하시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저에게 모든걸 부탁한다라고 하실려 그랬는지...의사의 제지만 없었다면 전 듣고자 했을겁니다.아직 아버지는 절 어린애로 생각하셨지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읍니다.그리고 아버지께서 못사신 삶까지 제가 충실하게 살아야겠지요.그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상복을 벗으며 식구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다 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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