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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긁적이기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배너를 달았다.

by 시간의지배자 2008. 4. 4.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배너를 블로그에 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 대선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도 않았고(사실 그때는 다들 그놈이 그놈이지 하는 심정으로 내게 선거권이 생긴이래 유일하게 투표하지 않은 선거였다.) 집권초기 지지하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노빠는 아니다. 더군다나 난 지금 통합민주당인 당시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도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특정 정당을 지지한것도 아니고 그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보통 시민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너를 블로그에 달게 된 것은 남들이 무어라고 하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목표로 한 길을 걸어가고자 노력했던 대한민국 역사상 거의 유일무이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60년이 넘게 국가지도층이라며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수구세력이 난리를 쳤어도 할말은 하고 화도 내고 투쟁도 하고 타협을 하는등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어간 거의 유일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분이었기 때문이다.

재임기간중 모습을 보면서 비록 그분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아왔고 그러해 그분의 암묵적 지지자가 되어왔다. 즉, 그분을 내놓고 지지하지는 않아도 무언을 통해 동의했다고나 할까...(물론 완벽이란것은 없듯이 그분의 몇몇 정책에는 노골적으로 실망하고 반대한것도 사실이지만...)

그분이라고 왜 수구세력과 손을잡고 그들과 같이가고자 했다면 편하다는 것을 몰랐을까... 나름대로 그분도 어려운 고생을 해가면서 흔히말하는 주류사회의 끝트러미에 간신히 걸쳐진 분이었다. 상고출신으로 이후 고생해가며 사법고시를 패스해 주류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뒤 청문회 스타와 장관까지...거기다 대통령까지... 이만하면 최고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주류사회에 확실하게 진입한 성공인으로 탄탄대로를 달릴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자신을 비난했던 언론과 재벌, 수구집단들을 불러모아 앞으로 같이 잘들해보자고 한마디만 했어도 아마 노무현 대통령은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상 조중동이 말하는 박정희를 능가하는 유일무이한 대통령이다라는 평가를 재임기간 내내 받았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언론과 검찰의 개혁이었다. 거기서부터 그들 사이는 틀어진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이번 선거까지도 한나라당이 주구장창 말해대는 '경제파탄의 주범'이라는 말은 이미 대통령 재임기간 5년 평균경제성장률이 OECD 국가중 전체 2위였다는 것에서 드러나듯 허구였음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최소한 다른 부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깔수는 있지만 경제파탄이라는 허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5년을 깔아뭉개려하고 또 어이없게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통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내가 참여정부의 여러 실책에도 나름대로 참여정부가 평균이상은 해준 정부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것은 무엇보다 내가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있다. 사회의 시스템이나 그외 각종 공공기관의 시스템등 그전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나 낙후되어 있던 시스템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불만족스럽다. 하지만 최소한 참여정부는 시작은 했고 노력은 했다. 사실 이미 60년전 대한민국 정부 수립때부터 시작했어야 할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서야 시작되었다는 것이 어이없고 안타깝지만 말이다.(MB 정부가 인수인계 받을때 참여정부가 구축한 매뉴얼들을 보며 놀랐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시스템말이다.)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보면 이는 문서화 작업과 다를것이 없다. 외주에 프로젝트를 발주해 완료가 되었는데 시스템은 제대로 구축도 안되었고 마음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이럴때 매뉴얼이라도 보려고 하는데 그딴것도 없다고 한다.(참여정부가 한것은 바로 이 매뉴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같다.) 이럴때는 방법이 없다. 그저 무식하게 시스템을 인계받은 다음 사람은 하나하나 눌러보고 경험적으로 알아가거나 안되는게 있으면 포기하고 넘어갈수밖에 없다. 당연히 문서화가 안되었으니 프로그램 소스도 없어 다른 프로그래머에게 수정하게도 할수가 없다. 견디다 못한 그 사람은 아예 결국 그 프로젝트에서 이룩한 모든것을 엎어버리고 또다시 다른 프로젝트 구성해 다음 프로젝트팀에게 넘겨버린다. 이런 상황이 지난 60년이 넘게 계속 반복되어 온것이다. 당연히 제대로 발전이 되기 어렵다.

프로그래머들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사실 이 문서화만큼 짜증나고 답답하고 하기싫은 일은 없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작업이 힘은 힘대로 들고 하기도 싫고 열심히 해놔도 별로 티도 안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주력한 것이 바로 사회 곳곳의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것이라 생각한다.(물론 시작했다는 것이지 완성했다거나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계속 진행중이어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최근 정부의 모습을 보면 이런 작업을 해놨는데 이어받을 생각은 없고 아예 다시 첨부터 엎어버리는것 같다...T.T)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힘은 힘대로 들고 외부에서 보기에는 거의 티도 안난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능력하다거나 일 안한다고 욕만 얻어먹을 수 밖에 없다.

일반 사람들이 전기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들은 콘센트에 전기를 꼽거나 스위치를 켜서 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그뿐이다. 하지만 한전 관계자나 원자력 발전소 사람들도 그러할까? 그 복잡하고 엄청난 양의 작업을 아무런 생각없이 할수 있을까? 칼날같이 맞아 떨어지는 작업진행과 매뉴얼, 인수인계도 받지못한 아무런 전기지식도 없는 사람이 전기수리를 할수 있을까? 아무런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도 없이??? 비유했지만 이게 정부가 할일이고 참여정부는 당연하다는 듯 그 일을 했다. 다만 그 이전 워낙 해놓은 것들이 없어서 그것을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하느라 지지부진했고 또한 자기의 자리를 빼앗었다며 부정부패 혐의로 퇴사한 전 직장동료들이 수없이 헐뜯어대며 그것과 싸워가며 해대느라 눈에 확 띄이지 않았을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고의 대통령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된다. 후일 그의 정책중 일부는 긍정적으로 나타날 정책도 있고 부정적으로 결과가 드러날 정책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때는 그것대로 평가하면 될일이다. 물리학은 천재중 천재였지만 수학은 평범했으며 다른 과목은 낙제중 낙제였던 아인슈타인을 실패자라고만 몰아갈수 있을까? 한 개인이 이러할진데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국가라는 거대 몸집을 움직였던 행정부와 그 정부를 단순하게 무조건 못했다거나 무조건 잘했다라고 몰아갈수 있는 것일까? 전반적으로 보았으면 한다. 잘한부분과 못한부분은 누구나 어느 정부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보아서 이만하면 괜찮았다거나 이번 정부는 아니었다거나 할수는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최악이란 없는 것이다.(하다못해 내가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이번 MB 정부도 지난 한달간 몇몇 정책은 괜찮더라. 문제는 잘한게 1이면 못하는게 99라서 문제지...-_-;;)

아무튼 평가는 역사가 하는 것이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