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92년 11월 20일 코텔(하이텔의 전신)의 동호회였던 '글나래'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외에도 모뎀으로
운영중이던 몇몇 사설BBS에도 올렸었으나 그 기록이 남아있는곳은 현재로서는 오직 '파란'의 블로그뿐입니다.(얼마전 파란에서 했던
'내발자국' 행사를 통해 예전 코텔과 하이텔에 올렸던 글을 찾았었습니다.)
원래는 갑작스럽게 영장이 나왔다며 상상해서 쓴 글이었지만 그후 몇개월후인 93년에 제게 훈련소 들어가기 몇일전에야 실제로 영장이 나왔었습니다. 쓰면서 좀 허황되다고 느꼈었지만 그렇지도 않더군요...^^
이 글은 상당히 개인적인 경험들이 많이 배어있는 글입니다.^^
현재로서는 원본도 소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게 제가 글을 썼던 유일한 자취일뿐이라 옮겨봅니다. 제 나이 21살때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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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0001
쓴사람:김승규
버전:0.1
어제밤의 술기운이 깨지않은듯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그정도의 술을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 정말 많이 마셨어.그 놈의 형만이놈."
형만이가 갑자기 찾아와 군대를 가게되었다고 하니 어찌 그냥 보낼수 있겠는가.진섭이까지 불러내어 진탕하게 마셔버렸다. 녀석,진작 군대간다고 말을 하지.갈때가 되어서야 말할게 뭐람.
간신히 일어나 앉아 책상위를 뒤지기 시작했다.아침마다 먼저 시작하는 아련한 니코틴향기가 그리워서였다.
'분명히 저녁때 두 갑을 샀었는데......'
알게뭐람.아무리 찾아봐도 없는것 같다.이런 젠장할... 입맛을 쩝쩝 다시고 생각해보니 다시 한 갑을 사야할것 같다.어제 돈을 툴툴 털었었는데 그만한 돈이 될지 모르겠네.갑자기 내 신세가 처량해진것만 같았다.담배 한 갑 살돈을 걱정하다니.내가 말이다.내가......
뭔가가 허전했지만 창문부터 밀어젖혔다.아직은 차가운---혹자는 이때 즈음의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아닌 말이다.---도시의 매연향이 스며있는 공기가 나의 폐를 채웠다.
형만이 녀석,어제는 꽤 억울해했지.
"나는 군대에 끌려가는거야.나의 뜻이 아니라고."
누군 뜻이 있어서 가려고 하나.그 말에 진섭이녀석은 맞장구를 쳤다.나는 녀석에 말에 괜히 배가 아팠다.
"임마,너는 면제잖아."
톡 쏘아 버렸는데도 녀석은 웃기만 한다.아마 나의 말이 맞다고는 생각되는 모양이다. 그녀석 아직까지 왜 그 녀석이 면제가 되었는지 알수가 없다.그깐 몇자국의 수술자국때문에.---물론 녀석은 그 수술이 대수술이었다고 자랑삼아 말하곤 한다.알게 뭐람.그래도 나는 밸이 꼬이는걸.
다시금 입을 다셨다.분명히 어제 담배 두 갑을 샀었는데.
방에 불을 켜고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았다.깎지 않은 수염에 헝클어진 머리.눈에 초점이 흐려져있는 저 놈이 나인가? 세수라도 하면은 조금 나아지겠지.아직 이만하면 미남인데 뭘...
형만이 녀석.오늘 가서 내일 입소하겠지.계집애도 없는 놈이니 좀 외로울거다. 진작에 나같이 서넛은 준비해두지. 고무신 거꾸로 차도 그런가보다 하 면 되는 거지 뭐...
마당으로 나갔다.새벽은 새벽이야.조용하잖아. 투덜대며 화장실로 향했다.담배를 피지 못한 기분은 여전히 풀리지 못했다.
'묘한 놈이야.담배란 놈.'
후다닥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나니 조금은 밝아져 있었다.그런데 왜 아직 아무도 깨어나지 않았을까?
형만이 녀석을 다시 생각하니 은영이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애가 왜 나타나지? 그 계집애는 그냥 재미있는 아이일 뿐이잖아. 내가 군대라도 가 버리면 제일 먼저 날 잊을 아이인데... 마루에 걸터앉아 심각히 생각을 해도 그앤 그럴 아이야.결론은 났다.방에 들어가 쭈그리고 있지 뭐...그게 훨씬 낫겠어.
이불이라도 개려고 고개를 숙이니 방바닥에 웬 종이쪽지가 떨어져 있었다. 그 종이쪽지를 주으려고 더 깊이 허리를 굽히니 아니 이게 뭐야! 담배잖아. 책상밑에 담배가 있었다.그것도 새 담배가.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고개를 들이미셨다.
"녀석아.어제 웬 술을 그렇게 마셨니? 참,어제 내게 영장이 왔더라."
나는 무의식적으로 종이쪽지에 얼핏 눈을 돌렸다. ......XX월 YY일 oooo부대에...... 나는 더 이상 읽지않고 머뭇거렸다.잠시후 나의 손은 힘차게 담배를 향해 돌진해갔다.
<< THE END >>
원래는 갑작스럽게 영장이 나왔다며 상상해서 쓴 글이었지만 그후 몇개월후인 93년에 제게 훈련소 들어가기 몇일전에야 실제로 영장이 나왔었습니다. 쓰면서 좀 허황되다고 느꼈었지만 그렇지도 않더군요...^^
이 글은 상당히 개인적인 경험들이 많이 배어있는 글입니다.^^
현재로서는 원본도 소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게 제가 글을 썼던 유일한 자취일뿐이라 옮겨봅니다. 제 나이 21살때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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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0001
쓴사람:김승규
버전:0.1
어제밤의 술기운이 깨지않은듯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그정도의 술을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 정말 많이 마셨어.그 놈의 형만이놈."
형만이가 갑자기 찾아와 군대를 가게되었다고 하니 어찌 그냥 보낼수 있겠는가.진섭이까지 불러내어 진탕하게 마셔버렸다. 녀석,진작 군대간다고 말을 하지.갈때가 되어서야 말할게 뭐람.
간신히 일어나 앉아 책상위를 뒤지기 시작했다.아침마다 먼저 시작하는 아련한 니코틴향기가 그리워서였다.
'분명히 저녁때 두 갑을 샀었는데......'
알게뭐람.아무리 찾아봐도 없는것 같다.이런 젠장할... 입맛을 쩝쩝 다시고 생각해보니 다시 한 갑을 사야할것 같다.어제 돈을 툴툴 털었었는데 그만한 돈이 될지 모르겠네.갑자기 내 신세가 처량해진것만 같았다.담배 한 갑 살돈을 걱정하다니.내가 말이다.내가......
뭔가가 허전했지만 창문부터 밀어젖혔다.아직은 차가운---혹자는 이때 즈음의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아닌 말이다.---도시의 매연향이 스며있는 공기가 나의 폐를 채웠다.
형만이 녀석,어제는 꽤 억울해했지.
"나는 군대에 끌려가는거야.나의 뜻이 아니라고."
누군 뜻이 있어서 가려고 하나.그 말에 진섭이녀석은 맞장구를 쳤다.나는 녀석에 말에 괜히 배가 아팠다.
"임마,너는 면제잖아."
톡 쏘아 버렸는데도 녀석은 웃기만 한다.아마 나의 말이 맞다고는 생각되는 모양이다. 그녀석 아직까지 왜 그 녀석이 면제가 되었는지 알수가 없다.그깐 몇자국의 수술자국때문에.---물론 녀석은 그 수술이 대수술이었다고 자랑삼아 말하곤 한다.알게 뭐람.그래도 나는 밸이 꼬이는걸.
다시금 입을 다셨다.분명히 어제 담배 두 갑을 샀었는데.
방에 불을 켜고 벽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았다.깎지 않은 수염에 헝클어진 머리.눈에 초점이 흐려져있는 저 놈이 나인가? 세수라도 하면은 조금 나아지겠지.아직 이만하면 미남인데 뭘...
형만이 녀석.오늘 가서 내일 입소하겠지.계집애도 없는 놈이니 좀 외로울거다. 진작에 나같이 서넛은 준비해두지. 고무신 거꾸로 차도 그런가보다 하 면 되는 거지 뭐...
마당으로 나갔다.새벽은 새벽이야.조용하잖아. 투덜대며 화장실로 향했다.담배를 피지 못한 기분은 여전히 풀리지 못했다.
'묘한 놈이야.담배란 놈.'
후다닥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나니 조금은 밝아져 있었다.그런데 왜 아직 아무도 깨어나지 않았을까?
형만이 녀석을 다시 생각하니 은영이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애가 왜 나타나지? 그 계집애는 그냥 재미있는 아이일 뿐이잖아. 내가 군대라도 가 버리면 제일 먼저 날 잊을 아이인데... 마루에 걸터앉아 심각히 생각을 해도 그앤 그럴 아이야.결론은 났다.방에 들어가 쭈그리고 있지 뭐...그게 훨씬 낫겠어.
이불이라도 개려고 고개를 숙이니 방바닥에 웬 종이쪽지가 떨어져 있었다. 그 종이쪽지를 주으려고 더 깊이 허리를 굽히니 아니 이게 뭐야! 담배잖아. 책상밑에 담배가 있었다.그것도 새 담배가.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고개를 들이미셨다.
"녀석아.어제 웬 술을 그렇게 마셨니? 참,어제 내게 영장이 왔더라."
나는 무의식적으로 종이쪽지에 얼핏 눈을 돌렸다. ......XX월 YY일 oooo부대에...... 나는 더 이상 읽지않고 머뭇거렸다.잠시후 나의 손은 힘차게 담배를 향해 돌진해갔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