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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인천 청량산에 다녀오다

by 시간의지배자 2008. 5. 24.
나는 인천 간석동에 산다. 그럼에도 사실 인천에 있는 산이나 유물, 문화행사등에 그리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편이다. 아내가 주말 밖에 나갔다왔으면 하는 분위기라 송도유원지 근처에 있는 청량산에 다녀왔다.

같은 인천에 있는 산이라 부담없이 조금 걸은뒤 주안역 뒷편에서 16번 버스를 타 송도유원지에 내린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인천시립박물관쪽을 통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높이 172m의 야트막하고 덩치가 크지않은 산이라 등산화와 스포츠타올등을 제외하고는 그리 특별한 준비물도 필요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마실 물 조금과 구운 오징어 2마리, 떡 조금, 요구르트,오이 자른것 정도만을 아내와 짐을 나눠지고 찬찬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운동부족인지 그다지 높지않고 경사도 험하지 않은 산이었음에도 약간 힘이 부침을 느꼈다. 5~6년전에도 와이프와 근처를 지나다 갑자기 중간즈음까지 올랐었음에도 별 힘든것을 몰랐었는데 무엇보다 그동안 체중이 많이 불어난것이 가장 큰 이유일것이다.

중간즈음 올랐음에도 송도 매립지의 전경과 공사중인 인천대교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높지도 않은 이 산이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이유는 서해바다의 낙조가 매우 아름답게 눈에 들어오는것 때문이라고 하던데 송도 매립지들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나면 서해바다의 많은 모습이 가려질 것이라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사진한장 남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정상에 올랐을때 팔각정과 통신탑같이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 늦게 집에서 나온지라 오전 10시 20분즈음에서야 인천시립박물관쪽에서 오르기 시작해 50분만에 정상에 오른것이다. 중간중간 서너번 휴식을 했었고 쉬엄쉬엄 오르기 시작했음에도 5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것으로 보아 조금 빠르게 걷고 휴식없이 올라왔다면 35~40분정도면 정상에 오를수 있을것 같다. 정상이었음에도 팔각정을 제외한 마땅한 건물들이나 시설등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내려올때는 반대쪽으로 내려오다 약수터, 흥륜사, 성당등의 갈림길이 나타나는 표지를 보고는 흥륜사방향쪽으로 내려왔다. 생각보다 올라올때에 비해 흥륜사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너무 가까워 놀랄정도였다. 조금 내려갔을 뿐인데 흥륜사가 나타났고 그 흥륜사 아래쪽은 약간의 비탈길을 내려가면 송도유원지 방향인 것이다.

흥륜사쪽에서 남은 물과 오이를 먹고 마시고는 몇장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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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내에 있는 작은 폭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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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대화상의 모습. 앞에 불전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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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대화상 불전함 앞 벤치에서 바라본 대웅전 모습 >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흥륜사는 절 여기저기의 포대화상의 불상이 여럿보였다. 오히려 부처보다는 포대화상을 모시는 절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솔직히 말해 흥륜사는 너무 세속화된 절의 모습이라 약간 거부감이 일 정도였다. 지금은 좀 쇄락했지만 송도유원지 주변은 10년전만 해도 인천의 유흥가중 하나였다. 지금도 주변에 송도유원지와 호텔과 모텔, 음식점, 까페, 술집등이 즐비하다. 그런 근처에 위치한 절의 모습도 조금 의외였고 절내 이런 저런 시설들을 보면 상업적인 목적의 절이구나 싶을정도로 상업화되어 있었다.

절을 내려와 지나다보니 흥륜사 납골당에 대한 반대 표어등도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돈을 받고 납골당 시설까지 운영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너무 상업적인 절같다고 느껴지는 흥륜사에 재신과 재물에 관련된 미륵보살의 화신이라는 포대화상의 불상이 여럿 보이는 이유가 그때문이 아닌가 싶은 느낌까지 들었다.

나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 종교라도 너무 세속화되고 상업화되어가는 종교의 모습에는 반대하는지라 과히 좋아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예전 20년전즈음 역시 세속화되어 가는 절이라는 계룡산의 갑사에 가본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이미 세속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갑사였으나 우연히 한쪽 작은 구석방에서 더운 날임에도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승려들의 독경과 함께 한 노승에게 문답을 나누는 젊은 승려들의 목소리를 잠겨진 그 방앞 마루 한귀퉁이에 앉아 흐뭇하게 듣던 기억이 난다. 문이 잠겨있고 생김새등을 전혀 알수가 없었음에도 그 방안에서 나누는 불교에 대한 토론과 철학적인 큰 열기는 당시 종교와 철학에 대해 고민하던 10대 후반의 나에게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도량이라면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번에 방문한 흥륜사에서는 너무나 상업적인 모습만 보일뿐 이리저리 경내를 돌아봐도 전혀 그러한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울뿐이다.

산을 내려온뒤 다시금 16번 버스를 타고 화평동에 내려 와이프와 세숫대야 냉면을 먹으러 갔다. 예전 고등학생때와 20대 초반에는 자주 가던 곳이었으나 그후 인천에 살고 있음에도 거의 가보지 못하다가 결혼후에야 4~5번 다시 방문하는 것 같다. 자주 가던 '삼미 냉면' 집을 다시금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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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냉면맛이야 주변이나 이곳이나 별반 다를것이 없겠으나 학생때도 자주 가던 곳이라 매번 이곳에 다시 가게 되는 것 같다. 저번에 방문했을 때에도 주인 아저씨께서 안보이시더니 이번에도 여전히 주인 아주머니만 보이신다. 아내는 물냉면을 나는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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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와이프와 난 사리를 추가 주문했다.^^ 청량산을 오르며 떡과 오이, 오징어등을 먹은지 얼마안된지라 사리는 한번밖에 추가하지 못했다.^^;;(예전 학생때는 3번까지 추가해봤다...-_-;;)

소화도 시킬겸 쉬엄쉬엄 아벨서점에 다시 방문했다. 점점 바뀌어가는 주변의 모습에 이곳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다시금 다가온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 것이겠지만 가끔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아벨 서점이 내게는 그러한 곳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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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은 책들이 몇권 있기는 했지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한 권만 골라서 나오게 되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만만치않는 분량의 책이기는 하지만 쉬엄쉬엄 읽어보려고 한다. 1996년 나온 2판 2쇄로 당시 정가는 13,000원이었으나 6,000원에 구입했다.

청량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서해바다의 낙조로 아름답다는 산이다. 이번에는 낮에 가느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다시 가볼때에는 낙조때에 맞춰 올라가보고 싶다. 다음번에는 인천에서 가장 높다는 계양산에 가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