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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긁적이기

어젯밤 꿈...

by 시간의지배자 2007. 10. 19.
2004년 5월 14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밤에 꿈을 꾼뒤 깨어난 쓴 글인데 사실 꿈을 꾸어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기억과 꿈에서 깨어나고도 그 마음이 아픔을 느끼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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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꿈을 꾸었다. 나는 결혼을 하였고 내게는 아들과 딸 하나씩이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행복하기만 했다.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일까? 이런 느낌은 무엇일까? 꿈속에서 나의 집은 20층 이상의 아파트였고 앞동은 허허벌판이었기때문에 누가 우리 집을 엿본다는 느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나의 예민한 착각일까? 그런데 나의 어린 딸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공포가 시작되었다.

잠시였다. 잠시만 눈을 돌려 뒤를 돌아보면 갑자기 식탁의자가 식탁위에 겹겹이 쌓여있을때도 있었다. 20층 높이의 베란다를 누군가가 똑똑 두드리기도 했다. 한밤중에 갑자기 창문이 열릴때도 있었다. 20층 높이에서 누가 창문을 열어젖힌단 말인가. 가끔은 갑자기 수도가 혼자 틀어지고 한밤중에 누군가가 저벅저벅거리며 거실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물론 나가보면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은 모두 공포에 사로 잡혔다. 귀신이라는 건가? 도대체 왜? 갑자기 왜?

어느날 그림자를 보았다. 방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 몰래 보니 한 허름한 남자가 방안에 있었다. 가족들과 나는 필사적으로 그를 방안에 가두어놓고 경찰을 불렀다. 나타난 경찰은 그를 연행했고 우리가족은 그외의 여러가지 일들을 이야기했다. 뜻밖에도 경찰은 최근 비슷한 일들이 우리 아파트에 일어나고 있다며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제 끝인가보다... 다시 평화를 되찾나보다. 우리 식구는 안도했다.

그리고 난 우연히 그때 나의 딸의 일기를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글들과 수수께끼등이 마구 적혀있었다. 나의 딸은 자신이 적은게 아니라고 했다. 우리 식구중 누구도 그 글을 적지 않았다. 나는 흥미를 느꼈다. 그럼 이 뜻은 무엇일까? 그걸 내가 어떻게 해결하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마치 난해한 어드벤쳐 게임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내가 하나하나 암호를 풀고 실마리를 잡고 해결하고 했던것 같다.

그때 난 무언가를 발견했다. 네모난 정사각형의 종이로 만든 어떤 덩어리를... 그건 정식으로 접힌 순서의 역순으로 풀지않으면 도저히 풀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왔다. 강제로 풀려하면 갈기갈기 찢어질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내가 했는지 모르나 갑자기 나의 머리를 때리며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누군가가 나의 딸을 보고 있었다. 그 느낌도 알수 있었다. 사모하는 느낌... 연모하는 느낌...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느낌... 그걸 느낀후 난 내 두손위에 있던 그 종이 덩어리를 해체할수 있었다.

마침 경찰이 찾아왔다. 그가 아무말도 없이 어린애들 장난같이 누가 종이로 만든 한 금전출납부를 내놓았다. 마치 쓰지않는 노트를 잘라 만든듯한 그 금전출납부를 펼친순간 난 모든것을 알게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그동안 공포를 선사한게 누구였는지... 그가 왜 우리에게 왔는지... 왜 그토록 슬픈 느낌으로 우리를 바라본다는 느낌을 주었던건지...

그건 한 뇌성마비 남자아이의 금전출납부였다. 분명 걸음도 행동도 부자연스러웠을것이다. 나의 딸과 비슷한 또래(꿈속에서 나의 딸은 15살전후였다.)였을것으로 추정되는 그 남자아이의 금전출납부에는 10원단위로 금전출납사항이 적혀있었다. 그때 알았다. 그 모든 돈이 누구에게 쓰였던것인지를... 그 남자아이는 아마도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친구도 없었던것 같다. 누군가 돌봐주는 사람 하나없이 어릴때부터 혼자 살아왔으며 당연히 학교를 다닌적도 없고 글도 몰랐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 갑자기 숫자와 글을 익혔는지 모르겠지만 단지 그가 할수 있는것은 매일 길거리를 다니며 누군가가 잃어버리거나 떨어트린 동전을 10원, 10원 주웠다는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그걸 하나하나 모아두었던 기록들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출이 일어났는데...그것은 이런것이었다.

꽃을 샀다. 옷을 샀다. 음식을 샀다. 무엇을 선물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였다.... 그건 모두 내 어린 딸에게 준 것이었다. 나의 딸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나는 나의 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적이 있느냐구... 딸은 있다고 했다. 바보같이 웃으면서도 선한 웃음을 짓던 한 뇌성마비 소년이 자신에게 그러했다는 것이다. 딸은 부담이 되어 받지 않으려 했으나 그 아이는 아무말도 없이 선한 웃음을 지으며 그걸 자신에게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걸 받지않았을때의 그 눈빛이 너무나도 슬퍼서 딸아이는 그걸 아무말없이 받아들이곤 했다는 것이다. 내 딸이 그걸 받아들였을때 그 아이의 행복한 표정은 이 세상을 모두 다 깨친것처럼 다 가진것처럼 행복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말없이 거부할수 없었다고 했다.

순간... 딸아이의 일기장에 쓰여있던 그 낙서같고 이해할수 없던 모든것들이 번개같이 머리를 지나가며 난 모든것을 깨닫고 오열했다. 그 아이...그 소년... 그 불편한 몸으로도 결코 구걸하지도 않고 오직 내 딸아이의 웃음만을 보고 행복해했던 그 아이의 최후가 어떠했는지도... 내 딸아이는 아무것도 모르지만...자세한 것은 어찌된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남자아이는 나의 딸아이가 생명의 위협을 받던것을 대신 받아내고 그 자리에서 이 세계에서의 삶을 마쳤던 것이다.

그러해.. 그의 유일한 의지... 나의 딸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그 일념하나만 이세상에 남아 그동안 나의 딸아이를 지켜주며 우리가족을 지켜본것이었다. 그 이해못했던 모든 일들.. 그게 다 이해가 갔다.. 그 낙서같던 그 이해못할 글들이 얼마나 내 딸아이에 대한 깊고도 절절한 사랑인지를 깨닫고 그 소년에 대한 미안함과 지금 나의 보잘것없이 작아진 사랑을 깨닫고 슬픔을 느꼈다. 그 어린 아이의 아무것도 바라지않는 그 깊은 사랑... 그걸 깨닫고 난 오열하며 흐느꼈다.

그때.... 난 깨어났다. 꿈에서 깬것이다. 비록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깨어나면서도 난 몸을 떨어가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 어린 소년의 그 절절한 사랑... 나랑은 감히 비교조차 못할정도로 순수하면서도 모든것을 다 준 그 아이에 대한 연민때문이었다. 잠을 깼는데도 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한 30분을 멍하니 있을수밖에 없었다. 분명 꿈이었다. 그저 그런 꿈.... 하지만 원래 난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일년에 한두번정도만 꿈을 기억할뿐이다. 대체로 그런 꿈은 나의 인생에 영향을 끼쳤었다. 이 꿈은...이 꿈은 무얼까? 나의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없음을 그 아이가 비웃는듯 느껴졌다.

난 아직 미혼이고.. 당연히 아이도 없다... 그정도의 순수한 사랑을 꿈꾸었던 적이 언제였던지도 이제는 희미하다. 이 꿈은 언제부터인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이것저것을 재려하는 나의 얇은 사랑을 통렬히 비판하는것 같았다. 차마... 부끄러운 꿈이지만 남기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도... 낡은 옷을 입고 순수하게 웃으면서 아무말없이 나의 꿈속의 딸에게 무언가를 내미는 그 소년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다.

나는 그 소년을 잊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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