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 긁적이기

성남 일화의 팬으로서 미련도 후회도 없다.

by 시간의지배자 2009. 12. 1.
이 글은 사커월드의 글을 보다 갑자기 필을 받아 댓글로 단 글이다. 생각보다 길이 길어져 다음 알싸에도 올린 글이라 단순하게 버리기 아까워 블로그에 글을 올려봄.

+++++++++++++++++++++++++++++++++++++++++++++++++++++++++++++++++++++++++++++++++++++++++++++

성남과 포항과의 경기를 마음이 가라앉은뒤 차분히 생각해보면 신태용감독대행이 전술적으로 매우 준비를 잘한 경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전하지 못하는 주전선수와 사나흘 간격으로 3경기를 연속으로 뛴(그것도 승부차기 경기가 있는...) 지친 선수들이었음에도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미들과 측면으로 들어오는 포항선수들에게 매우 강력한 압박으로 중앙으로 공격이 몰릴 수밖에 없게 만든 전술적인 승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기에서는 김정우 선수의 활약이 독보적이었는데요. 이호 선수가 뒤에서 강력한 태클로 무장하고 있었다면 김정우선수는 맨유의 박지성선수만큼의 활동력으로 공수, 측면 협력수비까지 무지막지하게 뛰어다니며 상대를 괴롭히고 커버를 했습니다. 신태용감독대행도 김정우 선수의 활동력과 체력을 믿고 이 전술을 선택한듯...(전남과의 경기에서 김정우 선수가 뛴 거리가 10.2km라는데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더 많이 뛴 듯 보이더라구요. 이정도면 박지성에 못지않은 활동량이라는...)

결국 김정우선수의 괴물같은 활동력에 막힌 포항은 사이드와 빠른 공수전환이 안되어 버리고 지공으로 중앙을 노릴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는데요. 이때는 성남의 수호신인 조병국 선수가 수호신다운 활약을 하였고 그 전방에서는 이호선수가 강력한 태클로 1차로 저지를 해줬으니 그나마 체력이 소진된 성남선수들이 수비에 집중력을 가질수 있게 된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퇴장당해 한경기 쉬어 체력적 부담이 적어진 조병국선수가 약이 된것 같다는...-_-;;

거기다 평상시 성남의 수비에서 제공권장악을 해주는 사샤선수가 없는 상황에 라돈치치 선수의 수비시 적극적인 헤딩경합은 데닐손이나 스테보선수등에게 헤딩이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 상황이 되어 라돈치치 선수를 이번 경기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도 수비시 저래주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이...^^ 라돈 헤딩경합 잘해주던데요...^^ 무슨 비디치를 보는줄 알았습니다.^^

아챔이후 정신력측면에서 약해진 포항선수들의 멘탈도 조금 문제가 있어보이기도 했구요(파리아스 감독도 패한후 이 부분을 말하기도 했죠) 그에 비해 챔피언십 첫경기부터 계속되어온 뭔가 애매한 심판판정을 계속 받아온 성남선수들은 오히려 정신무장이 강해져 악에 받힌 듯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심판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우리가 누군데... 우리가 바로 별 7개를 단 성남이란 말이다!!! 이런 느낌의...^^;;

성남이 챔결에 오르게된 것이 단순하게 몰리나 하나때문이라고 폄하하는 분들이 계시지만(몰리나는 원래 후반기 내내 저랬기때문에 그저 그려려니 할뿐이군요..^^;;) 제가 생각할때는 성남선수들 스스로의 정신적인 강화와 중원을 지배해버린 김정우의 활약, 강력한 1차저지선의 이호선수, 한경기 쉬고 체력적인 면에서 자유로웠던 조병국이 총지휘한 수비라인, 후반기부터 계속 미쳐있는 몰리나의 골결정력, 라돈치치의 적극적인 수비가담.... 그리고 인천, 전남, 포항과의 경기를 매우 잘 준비한 꾀돌이 신태용감독대행의 전술이 어우러진 한판이지 누구 하나만의 잘나심으로 챔결까지 오른것은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지금 성남의 모습은 만신창이의 우리가 흔히 만화에서 보는 악전고투를 거듭하여 결승에 오른 주인공같은 모습입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감독과 선수와 팀이 하나가 되어서 고군분투하며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한것이 눈에 선하게 보일정도입니다.

성남팬으로서 마지막 챔결결과가 어찌되었든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도 올해 한해는 충분히 보상받았다 느껴집니다. 사실 올해 초반을 보면... 그래도 수원보다는 낫겠지하는 심정이었거든요....(6강은 감히 생각도 못했다는...-_-)

감독이 바뀌고, 전술이 바뀌고, 또한 작년 주전선수의 절반 가까이를 내보내며 팀 리빌딩을 한것을 생각해보면 FA결승전과 정규리그 챔결까지 오른 결과치고는 오히려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거기에 심판들의 애매모호한 판정까지 생각하면......

물론 전술적으로는 예전 김학범감독의 미드필더를 중시하고 패스로 경기력 풀어나가며 화려한 경기력을 뽑내던 성남보다는 분명 못한 모습입니다만 신태용감독대행... 이게 지도자로서의 첫번째 시즌입니다.(신감독대행은 국내에서 코치 경험도 없습니다...) 비판보다는 좀더 지켜보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판을 하려면 내년부터 까주시라는...-_-;;(사실 대부분 성남팬분들은 그러고 있는데 오히려 타팀팬분들이 신감독대행 전술에 대해서 까는 이상한 상황이라는....-_-)

제가 알기로도 파리아스 감독도 두번째 시즌정도부터 지금의 포항을 어느정도 구축했고 다시금 강팀이라 불릴만한 포항을 만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번 지도자 경험이 있던 K리그팬 누구나가 현재 인정하는 파리아스 감독도 그러했는데 이제 첫번째 지도자 시즌을 보내는 신감독대행을 비판하는 것은 조금 이른감이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마음대로 까셔도 제발 이번 시즌은 그러려니 해주셨으면 하는 성남팬으로서의 마음이......(사실 마음 아픈것으로 치면 타팀팬보다 성남팬들이 제일 아프답니다.....)

전북과의 챔결은...... 사실 큰 기대안하고 있습니다. 진짭니다..-_-

위에서 거론했던 김정우, 이호, 라돈치치... 거기다 성남부동의 왼쪽풀백인 장학영선수의 주전 4인방이 빠진 현재 성남의 전력은 성남팬인 제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예전 인천과 맞붙기전의 40% 전력도 안됩니다. 공격, 중앙, 수비 모두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이라면 바로 중원을 쓸고 다니던 김정우 선수의 부재입니다. 거기에 이호선수마저 없으니 사실상 전북과의 1차전은 안방을 완전히 내주고 시작한다는 마음이 될겁니다.

그나마 몰리나선수가 생각보다 수비가담과 미들까지 커버하는 능력이 제법된다는게 위안일뿐입니다.

다행히 사샤선수는 돌아온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수비자원의 충원이라 공격이나 공수전환과는 상관없이 수비만 튼튼히지겠죠. 죽어라 또 몸을 던지고 육탄으로 몸을 날리며 수비해댈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또 누구는 죽어라고 수비만 한다고 까대겠죠.

챔피언십 올라와서 성남의 모습을 보고 까댈분이 계시겠지만... 그분들께 FM게임을 조용히 권해보고 싶습니다. 토너먼트 승부에서 매경기마다 주전 2~3명을 출전시키지 못하게하고 매경기마다 한명씩 퇴장을 당하든가 아니면 첨부터 10명만 출전시켜 사흘간격으로 3경기를 계속 뛰게 해보라고...... 아마 지금 성남선수들의 컨디션은 FM식으로 말하면 60~65정도의 컨디션일겁니다. 잘해봐야 75정도될까...
그 상황에서 매경기마다 승리하고 반드시 올라가려면 본인들이 선택하는 전술이 어찌하고 있는지...

그 상황에서 리그를 제패한 대마왕 전북과의 대혈투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뭘더 바라겠습니까... 성남팬으로서 후회될것도 미련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경기를 기대할뿐...